서해안을 다녀와서

서해안 갑니다.

사실 이동시간이 너무 걸려서 실제로 일했던 시간은 짤막했습니다. 5시간 정도?
했던 작업은 원유를 뭉텅이로 퍼내고 그런 것이 아니라, 원유가 묻은 해안가 돌들을 닦는 작업이었습니다.
작업전 주의사항에

"안닦이는 것 같다고 실망하지 마시고 어쨌든 닦아주십시오. 100번쯤 닦으면 그래도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라는 멘트가 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원유가 묻어서 까맣게 물들어버린
바닷가에서 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원유가 묻어있기는 한데, 아무리 흡착포 (재질은 솜 비슷)로 문질러
보았자, 흡착포에 거뭇거뭇하게 묻어나기만 할 뿐, 조금도 변화가 없어보이는 바위들.
너무나 보람이 없어보이는 작업때문인지 돌들을 보며 한숨만 쉬고 있는 사람들도 보였습니다.

그냥 하루 일하러 간 사람들도 이런 심정일진데, 그곳이 생활의 터전이었던 분들의 가슴속은
얼마나 타들어갈런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오전에 작업중에 점점 밀물이 밀려들어오는데, 해안선 부근은 마치 정화시설을 하지 않은 공장 앞의
하천처럼, 부유물질과 기름때가 밀려오고 있었고, 그 와중에 뭔가 작고 동그란 것들이 떠밀려 와서
손으로 집어보니 ... 그것은 속이 텅빈 소라 껍질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상당시간을 서해안에서 보내왔던 저로서는 정말로 가슴 아픈 하루였습니다.

대통령 당선자 이명박씨는 개발을 위한 운하도 좋지만, 일단 서해안을 살리기 위한 특별법부터
만들어야 된다고 주장합니다.
이미 있는 것 조차 지키지 못하는데, 새로운 걸 만들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토록 상황이 심각한데, 대선에 묻혀서 점점 잊혀져 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합니다.

.end.

PS. 주말에 푹쉬고 나니 일단 몸에는 이상이 없는 듯 합니다. 염려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by leygo | 2007/12/24 10:38 | ETC(일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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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TX™ at 2007/12/24 10:47
대선 이후로는 유조선 사고 이야기가 거의 안보입니다 ...
Commented by moastone at 2007/12/24 11:03
힘든 일 하셨네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체험기를 읽는 것 같아 더 마음에 와 닿네요.
우리 미니라 회장님도 가셔서 돌 닦아야 실감할텐데...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7/12/24 15:34
몸에는 이상이 없으시다니 다행입니다
Commented by 城島勝 at 2007/12/25 18:55
수고하셨습니다. 저도 가 보고 싶은 데 물자로 대신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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