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의 비효율의 핵심은!

... 보고서 문화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다른 회사 안가봐서 모르겠는데, 대충 들려오는 얘기 들어보면 거기서 거기인 듯 하고.
대기업쯤 되면 진짜 조직이 큽니다.
본부 - 사업부 - 팀 - 그룹 - 파트 ... 
각 조직마다 당연히 부서장이 있고, 저기 밑에 실무자가 문서 하나 만들면 그게 파트장-그룹장-팀장-사업부장-본부장 ...
끝도 없이 올라가고 갈때 마다 수정됩니다. 그게 조금씩 수정 되는 것도 아니고 내용을 거의 엎어야 될 정도의 수정도 종종.

문제는 이 수정이... 대부분 내용을 고치는게 아니라 문서의 표, 문구, 폰트, 줄간격 ... 이런거 고친다는데 있습니다.
제가 2년전에 기획 업무로 바뀌면서 문서 만들면 보통 본 내용 만드는데 한시간 걸리고 양식 다듬는데 2시간 정도 걸리고
제출 -> 백 -> 제출 -> 백 ... 이런거 하는데 한 이틀 잡아먹습니다. 거의 문구나 양식 문제로.

제가 대학교때 외국계 증권회사 다니는 친척형을 도와준 적이 있는데, 정말 보고서 간단하게 쓰더군요.
워드에다가 그냥 표준 폰트로 쭈욱 써내리고 끝.
그냥 문단 마다 소제목 하나씩 적고, 옆에 엑셀에서 만든표 그냥 붙여놓고, 한번 쓱 읽어보고 바로 송신.
... 물론 이 친척형이 하는 일이 좀 특이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니면 보고서의 달인?)

정말 임원급한테 올라가는 보고서 아니면 어차피 다 아는데 토씨 하나하나 가지고 쪼잔하게 굴지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뭐 관리직이 될 수록 뚜렷한 성과없이 평소에 얼마나 잘보였냐가 고과의 기준이 되니까 이런 문화가 생겼으려니..
생각하곤 있습니다만.

정말 인력의 낭비가 심각합니다. (제가 보고서 잘 못쓴다고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절대!)

.end.


by leygo | 2010/11/02 09:31 | ETC(일상)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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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orjaeho at 2010/11/02 09:33
대기업 얘기가 아니라 국내 기업 얘기같다(...
Commented by 로무 at 2010/11/02 09:36
중소기업 주제에 대기업 흉내낸답시고 보고서 토씨 잡는것만 하는 데도 있지요... 아니 배워야 할 건 그게 아니잖아!
Commented by 매드캣 at 2010/11/02 09:58
왜냐면 토시가 틀리면 문장 해석을 못하는 인간들이 있어서지요.
어떻게 그 자리까지 기어올라갔는지는 의문스럽지만요.
Commented by jaffy at 2010/11/02 12:38
나중에 글자 하나 잡고 꼬투리 잡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그렇습니다.

배가 산으로 가면 안그러는데 말입니다...
목적지로 제대로 간다고 하면 꼬투리 잡는 사람들이 적절히 생기고(어이..)
안드로메다로 간다고 하면 꼬투리 잡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고(어이...)
요단강 익스프레스로 변신하면 직급에 '임'나 '석'자 붙은 사람들은 일단 목숨 걸고 초반기 문서를 이 잡듯 뒤져가면서 글자 하나하나를 꼬투리 잡게 되니까요... (어이...)
Commented by JIA와_쿠냥 at 2010/11/02 12:42
그래서 윗분들이 하는 말장난들은 모두 썰렁한 것일까요...
Commented by korjaeho at 2010/11/02 17:07
님......;;;
Commented by windam at 2010/11/02 16:43
보고 받는 사람은 좋아하는 (익숙한)스타일로 보고 받기를 원하고 보고자는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야 귀여움 받음 …
Commented by leygo at 2010/11/04 09:42
남자한테 귀여움 받아서 뭐하게! (농담)
Commented by 마근엄 at 2010/11/21 08:39
이건 제가 다니는 회사에 계시던 중역분의 사례입니다.
(지금은 다른 곳에 가셨지만)

「야, 나한테까지 올라온 보고서에 오타가 있으면 중간에 낀 놈들은 뭐한거야?」

중역에까지 올라갔는데 중간에 오타가 걸러지지 않았다면 그것도 문제라면 문제긴 하죠...... ^^;
Commented by 무명병사 at 2011/03/18 14:39
특이 사항을 보고하려고 보고서를 쓰는 게 아니라, 양식에 맞는지 안맞는지 검사받으려고 보고서를 올리는 기분이 들더군요. 아, 물론 제 경우에는 군대에서(...)
Commented by ㅇㅇ at 2014/05/03 10:59
옛날글이지만 요즘 절실히 느끼고 있어서 댓글 달아봅니다. 저는 우리말로 편하게 쉽게 쓰고싶은데 보고 올리면 다 한자어나 영어로 바꿔쓰라고 하시더라구요. 만듦>제작, 높임>증가, 흠집>Scratch 뭐 다 이런식으로;;; 왜 그리 우리말을 기피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잘 쓰이지 않는 옛날말을 쓴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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